5. 인지행동치료 이론
인지행동치료는 인간의 외적 행동만 아니라 불안이나 동기 같은 내면적 변인도 학습의 원리로 변화시키려는 행동 치료적 접근이 나타나면서, 또 행동의 변화에 인지적 요인을 고려하면서 급성장하게 된 이론이다. 이 이론은 벡과 엘리스(Beck & Ellis)에 의해 개발되었다. 벡은 인지행동 상담을, 엘리스는 합리적 정서·행동치료를 발전시켰다.
1) 기본 가정과 주요 개념
(1) 인지적 결정론
인지행동 상담자들은 인지 결정론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감정, 행동, 사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사고, 즉 인지라는 것이다. 개인감정이나 행동은 자기가 생각하는 방식이나 사고의 내용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다. 이들은 인간을 자기통제와 자율성을 가진 존재로 보고, 개인의 사고와 인지를 변화시킴으로써 부차적으로 감정과 행동을 수정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인간을 이해하고 상담한다.
(2) 비합리적 신념
엘리스(Albert Ellis,1913~2007)는 사람이 정서적 문제를 겪는 결정적인 원인은 일상에서 겪는 구체적인 사건 때문이 아니라 그 사건을 합리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지각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따라서 상담자는 청소년 내담자의 정서적 혼란을 유도하는 인지적 과정, 비합리적 신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며, 또 어떻게 비합리적 신념이 그들의 정서를 혼란케 하며 문제행동을 유발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엘리스는 비합리적 신념을 지닌 사람에게서 당위적 사고와 과장적 사고, 좌절에 대한 인내심 부족, 인간 가치에 대한 총체적 비하와 관련된 비합리적 사고가 있음을 찾아냈다.
당위적 사고란 '반드시, 당연히, 꼭 ~해야 한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경직된 생각을 하는 것으로 인간 문제의 근원이 되며, 자기 비하 및 타인 비난 등의 비합리적 결론을 유도한다.
과장적 사고란 '~하면 아주 큰 일이 난다'와 같은 생각으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과장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또, 자기와 타인, 상황에 대해 극도로 파괴적인 사고를 유발하는 '타인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면 그건 끔찍한 일이다' 또는 '실수하면 나는 나쁜 사람이다' 등과 같은 생각이나, 개인이 원하는 것이나 요구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충분히 견디거나 인내하지 못하는 성향으로 인해 느끼지 않아도 되는 자기 패배적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3) ABCDE 모델
ABCDE 모델은 엘리스의 성격 이론의 핵심으로 인간이 비합리적 신념으로 인해서 부적응적인 정서와 행동에 고착되는 것을 설명해 주는 모델이다. 선행사건을 의미하는 activating events, 사고나 신념을 의미하는 belief system, 결과를 의미하는 consequence, 논박을 의미하는 dispute, 효과를 의미하는 effect의 머리글자를 따온 것이다.
어떤 사건(A)이 일어나면 각 개인은 이 사건을 자신의 신념 체계(B)를 매개로 하여 지각하고, 사건을 자기 가치관이나 태도에 비추어 평가하고, 그로 인해 정서적이거나 행동적인 결과(C), 즉 우울하거나 초조해하거나 화를 내는 행동 등을 하게 된다. 여기서 C가 문제가 되는데, 불안, 우울, 열등감, 시기, 질투, 죄의식 등과 같은 정서적 반응(C)은 주로 개인의 신념 체계(B)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지, 어떤 사건(A)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건에 대해 가지는 비합리적 신념(irrational belief: iB)이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는 합리적인 신념(rational belief: rB)에 의해 효과적으로 논박(D)될 때 사라진다. 이런 논박의 결과로 새로운 철학이나 새로운 인지 체계를 가져오는 결과(E)와 그에 따른 합리적인 감정(feeling: F)을 낳게 된다고 설명한다.
(4) 자동적 사고
자동적 사고는 벡(Aron T. Beck, 1921~)의 핵심 개념으로 개인이 특정 사건을 경험할 때 자동으로 떠오르는 생각이다. 벡은 인간의 심리 문제는 환경적 스트레스나 부정적 생활사건을 경험하게 될 때 자동으로 떠올리게 되는 부정적인 자동적 사고로 인해 유발된다고 했다.
벡(1979)은 우울증 환자의 자동적 사고인 우울증의 인지 삼제를 제시했다.
첫째, '나는 가치없는 사람이다'와 같은 자기에 대한 비관적 생각
둘째, '내 미래는 절망뿐이다'와 같은 앞날에 대한 염세적 생각
셋째, '세상은 나를 받아 주지 않는다'와 같은 세상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다.
(5) 역기능적 인지 도식
사람은 살면서 자기 삶 속에서 나름대로 자신과 타인, 세상과 인생 등에 대한 지식 체계를 형성한다.
세상을 살아오는 과정에서 자기 삶에 관한 이해의 틀을 형성하게 된 것이 삶의 인지 도식이다. 인지행동 상담자는 인지 도식이 부정적인 내용으로 구성된 경우 삶에 기능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심리적 문제로 고통받을 위험이 크다고 했다.
타인의 사랑 없이는 내가 행복해질 수 없거나,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나약함의 표시라는 생각이 역기능적 인지 도식이다. 이런 역기능적 인지 도식은 부정적인 자동적 사고를 활성화해서 심리적 문제를 야기시킨다.
(6) 인지 왜곡
역기능적 인지 도식은 인지적 오류를 발생시킨다.
인지적 오류란 자기 현실을 제대로 지각하지 못하거나 그 의미를 왜곡하여 받아들이는 인지 왜곡을 말한다.
대표적인 인지 왜곡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 이분법적 사고(흑백논리): 여러 가능성이 있음에도 단지 두 개의 상반된 범주의 관점에서만 해석하는 오류이다. "내가 완전하게 성공하지 못한다면, 나는 실패한 것이다."
• 파국화: 개인이 걱정하는 사건을 지나치게 과장하여 두려워하는 오류로 좀 더 가능성이 있는 다른 결과물에 대해 고려를 하지 않고 미래에 일어날 파국적인 사건을 예상하는 것을 말한다. "새로 전학 가는 학교 아이들은 모두 나를 싫어할 거야."
• 임의적(자의적) 추론: 어떤 결론을 내릴 때 충분한 증거가 없음에도 최종적인 결론을 성급히 내려 버리는 오류이다. 이성
친구가 시험 준비로 바빠서 자기 생일을 잊어버린 경우, "이제 그 애가 나와 헤어지려고 연락을 안 하는구나."라는 결론을 내리고 이별을 준비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 과잉일반화: 현재의 사실에서 과도하게 극단적 신념을 가지고 일반적인 결론을 내려 그와 무관한 상황에서도 그 결론을 적용하는 오류이다. "그 파티에서 불편했어. 난 친구 사귀는 데 자질이 없나 봐."
• 선택적 추상화(정신적 여과): 상황이나 사건의 주된 내용은 무시하고 일부 특정 정보에만 주의를 기울여 사건 전체의 의미를 해석하는 오류이다. 많은 사람 앞에서 강의한 후 대다수 긍정적 반응보다는 소수의 부정적 반응에만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여 그 강의는 실패였다고 단정 짓는 경우이다.
• 극대화 및 극소화: 사건 의미나 중요성을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축소하는 오류이다. 흔히 사람들은 자기 실수나 결정 혹은 개인 재능을 바라볼 때 그것들을 실제보다 좀 더 큰 것처럼 보기도 하고, 자기 장점이나 타인의 문제를 축소해 보기도 한다. 이에 따라 결국 자신이 타인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거나 우울하다고 느끼게 된다.
3) 상담 목표와 과정
인지행동치료(REBT)의 상담 목표는 내담자의 자기 패배적 신념과 자기 또는 타인을 비난하는 태도를 감소시키고, 좀 더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사고를 증진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런 상담 목표는 정서적으로 왜곡된 비합리적 신념이나 태도가 내담자의 인생에 어떻게 역기능적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 주고, 내담자가 자기의 비합리적 신념을 논박하거나 무너뜨려서 합리적 사고로 대처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과정을 통해 달성하게 된다.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인지적 재구성을 목표로 한다. 이런 상담 목표는 내담자의 잘못된 사고체계나 부정적인 자동적 사고를 발견하여 적응적인 사고로 대체하고, 부정적인 자동적 사고의 근원이 되는 역기능적 도식을 찾아내어 이를 현실적인 내용으로 수정하는 상담 과정을 통해서 달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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