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상담 유형_Ⅵ

4. 사이버상담

1) 사이버공간의 이해

 "사이버(cyber)"라는 말은 1980년대 초반부터 사용되었고 '인공두뇌' 또는 '가상'이라는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다. 사이버공간은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해 주는 컴퓨터를 매개로 하여 사람 간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고, 이를 토대로 사이버공동체가 형성된 공간이다. 

 사이버공간은 익명성과 개방성이 묘하게 얽혀 있고, 기존의 삶과 사고방식을 변화시키고, 인간관계 양식마저 변화시키고 우리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자리 잡았다. 특히 청소년에게는 주요한 활동 및 놀이공간이 되었고, 그 특징으로는 익명성, 평등성, 개방성, 문제를 통한 의사소통, 탈 억제성 등이 있다(한국교육개발원, 2000). 

 

 • 익명성 : 사이버공간에서는 이름 대신 아이디를 사용하며, 나이, 성, 이름, 학력, 외모, 사회적 지위 등은 알 수 없다. 아이디는 개인이 작명하거나 선택한다.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아이디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공간에서도 오랫동안 교류하면 서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지만, 당사자가 원하지 않으면 비밀로 할 수도 있고, 가상의 공간에서 가상의 인물로 활동하기도 한다.

 • 평등성 : 익명성의 특징과 연결되는 부분으로 연령과 사회적 지위 등의 특징을 모르는 상태에서 교류하기 때문에 평등한 위치에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장기간의 상호교류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되면 변화될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보다는 훨씬 더 평등한 관계가 가능한 공간이 사이버공간이다.

 • 개방성 : 사이버공간에서는 공동체의 가입과 탈퇴, 상호작용 참여 여부 등이 자유롭다. 개인의 판단에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도 많이 열려 있다.

 • 문자를 통한 의사소통 : 사이버공간에서는 문자로 소통한다. 현실에서의 면대면 의사소통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감각적 의사소통이 제한되고 단지 문자로 된 텍스트에만 한정되어 있어 상대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반면, 텍스트를 작성한 본인은 자기 입장과 감정에 몰입하는 효과를 경험할 수도 있다.

 • 탈 억제성 : 지기 신분이나 지위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익명성과 연결되어서 사람은 자기 행동이나 감정을 덜 절제한다. 자기감정에 몰입하여 억눌린 욕구를 거침없이 표현하면서 욕설과 폭언, 비판 또는 거짓말, 왜곡된 정보 등을 쏟아내어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경향이 자주 일어난다.

 

2) 사이버상담의 특징과 효과

 (1) 사이버상담의 특징

 사이버상담이란 상담자와 내담자가 사이버공간에서 만나서 하는 전문 상담 활동이다. 대면상담과 목적은 동일하되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용하는 매체가 다르고, 그 방법상의 특징으로 인해 전통 상담과 여러 가지 차이가 있다. 

 사이버상담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김동일 외, 2014).

 

 • 컴퓨터를 매개로 한 상담 : 상담자와 내담자가 컴퓨터를 매개로 하여 의사소통한다는 것이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문제나 감정, 생각, 행동상의 특징을 컴퓨터에 보내진 문자나 영상을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다.

 • 접근의 용이성 :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하여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속하여 상담받을 수 있고, 어느 시간대에나 내담자가 상담실을 이용할 수 있다. 사이트에 올려놓은 상담사례나 문제해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자료, 음악파일, 동영상 등은 상담자가 근무하지 않는 시간에도 내담자에게 개방되어 있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내담자가 상담받고 싶을 경우, 자기가 편리한 시간에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이메일로 상담실에 띄우면 상담자는 근무시간에 답장을 작성해서 내담자의 이메일로 발송할 수 있으며 내담자는 편한 시간에 답장을 열어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만 아니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훨씬 더 사이버상담이 활성화되고 있다.

 • 문자 중심의 의사소통 : 사이버상담은 내담자의 감정, 사고, 행동이 문자를 통해 상담자에게 전달되고, 내담자에게 보내는 상담자의 배려, 경청, 이해, 설명 등의 메시지가 문자를 통해 전달된다. 문자 중심의 의사소통은 내용이 복잡하거나 애매하고 다양한 정서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경우에는 제한적인 의사소통이 되기도 한다.

 • 익명성 : 사이버상담에서는 상대방의 목소리조차 듣지 못하기 때문에 내담자의 진짜 성(gender)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상담을 진행해야 한다. 상담자가 내담자에 관해 물어도 내담자가 대답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말할 수 있기 때문에 내담자의 인적 사항을 거의 파악할 수 없다.

 • 내담자의 자발적 참여 : 사이버상담은 내담자가 자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서 내담자의 자발적 참여가 크다. 특히 청소년에게는 익명성이 보장되고, 상담의 시작과 끝, 공개하고 싶은 정보 내용 등이 내담자의 주도하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내담자의 상담 동기가 높다. 자발적인 상담이 어려운 청소년이 선호하는 상담영역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이영선, 2006)

 • 풍부하고 용이한 정보획득 : 사이버상담은 광활한 가상공간을 무대로 하기 때문에 내담자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필요한 많은 정보와 자료를 준비하여 사이버상담실에 공개할 수 있다. 자기 문제와 관련된 풍부한 정보와 자료는 내담자가 스스로 자기 문제를 탐색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2) 사이버상담의 효과 및 한계

 지금까지 밝혀진 사이버상담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 신속한 상담 관계 형성 : 사이버상담에서는 상대가 실제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사이버공간에서의 익명성과 개방성은 상담자와 내담자의 상관관계에 있어 효과적인 면을 제공한다. 익명성으로 인해 내담자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자유롭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다. 사이버상담은 대면상담보다 관계형성에 시간과 노력을 덜 기울이고도 상담 관계가 쉽게 맺어질 수 있다. 특히 사이버상담은 신체적 장애나 콤플렉스가 있는 경우 더 효과적이다. 심리적으로 사회적 관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서적 안정감을 부여한다. 사이버공간에서의 상호작용이 좀 더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진다는 면이 상담 관계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감정정화 기능(catharsis) :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부정적 정서에 압도되어 있을 때 누군가에게 자기감정을 쏟아 놓으면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 사이버상담은 익명적인 특성이 있어서 상대나 주위 환경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기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다. 

 • 자기 및 타인 이해 : 채팅 상담 시 문자를 통한 상담은 상대의 비언어적 정보가 차단되어 사고와 정서에 집중하게 되므로 자신과 타인에 대한 느낌을 배우는 데 용이하다는 의견이 많다(문성원, 1998; 이영선, 김동일, 2007).

 • 행동 변화 의지 : 상담을 통해 알게 된 것을 행동으로 옮길 동기가 생기고 사이버상담을 통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보고가 있었다(이영선, 김동일, 2007).

 • 다양한 상담 유형 가능 : 사이버공간에서는 개인 상담만 아니라 집단상담도 가능하다. 인터넷에서 집단상담 유형 중 온라인 자조 집단과 치료 집단까지 가능하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사이버공간에서는 공개 상담, 채팅 상담, 게시판 상담, 이메일 상담, 영상상담 등 다양한 유형의 상담이 가능하다.

 

 사이버상담은 스마트폰의 보급 증가와 청소년의 접근이 쉬운 상담영역이어서 발전할 수 있는 상담 분야이다. 

사이버상담 발전에 필요한 노력은 다음과 같다.

 

 • 사이버상담 기법과 기술 개발 : 사이버상담의 특징을 잘 고려한 사이버상담 기법과 기술, 전략 등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사이버 상담자는 내담자의 익명성으로 인한 혼란, 사이버상담 장면에 대한 불안, 기관 내의 갈등의 어려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서선아, 한재희, 2016). 또한 문자만으로 내담자를 파악해야 하므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기존의 면대면 상담자는 경험하지 못했던 일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이버상담 기술을 개발하여 습득해야 할 것이다.

 • 사이버 내담자의 특성 이해 : 사이버공간에서의 인간 이해는 또 다른 차원에서 연구되어야 할 분야이다. 내담자는 익명성을 갖기 때문에 책임 의식이 약하고 자기 욕구를 거르지 않고 그대로 표출하거나 장난삼아 상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서선아, 한재희, 2016; 임은미, 김지은, 박승민, 1998). 사이버상에서 내담자는 대면상담에서 만나는 내담자보다 상담 과정에서 더 많은 통제력과 주도성을 갖게 된다. 자기에 관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공개할 수도 있고, 언제든 상담을 중단할 수도 있다. 사이버문화라는 새로운 문화 속에서 다르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급선무일 것이다.

 • 탈 억제성 방지 규정 마련 : 익명성으로 인한 수평적 관계는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자기 신분이나 지위로부터의 자유로움은 자기 행동이나 감정을 덜 절제하게 한다. 직설적인 표현과 욕설, 폭언을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며 거짓 정보, 사실에 대한 의도적 왜곡, 상대에 대한 심한 비판과 적대적인 양상을 보이기까지 한다.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의 왜곡이 일어나는데 자기 정체를 감추고 거짓되고 인위적인 자아 사이에 왜곡된 의사소통이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이 높다(윤병섭, 이홍재, 2005). 사이버 상담자는 내담자의 비협조나 불만을 넘는 내담자의 공격적 태도를 경험하거나 자살, 자해 등의 예측할 수 없는 위기 발생에 노출됨으로써 초긴장적인 불안을 경험하는 사례가 있어 대면 상담자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 문자를 통한 의사소통의 한계극복 : 사이버 상담자는 비언어적 수단, 표정, 말투, 몸짓, 음성의 강약 등이 사이버공간의 의사소통 수단에서 배제되고 문자로만 상대의 의사를 파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글쓰기에 어려움을 가진 청소년의 경우 제한적이다. 통신매체의 기술 개발로 언어가 그대로 문자로 변환되는 시스템이 실용화되면 이런 문제도 극복할 시대가 올  것이다.

 

3) 사이버상담의 유형

사이버상담은 이메일, 채팅, 게시판, 화상, 데이터베이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중 채팅상담과 화상상담은 실시간으로 컴퓨터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상담이지만, 이메일 상담, 공개 게시판 상담, 데이터베이스 상담은 비실시간으로 상담자나 내담자가 시간이 될 때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상담이다(김동일 외, 2014; 임은미, 2006).

 

 • 채팅 상담 : 상담자와 내담자가 컴퓨터 앞에서 서로 실시간 문자로 대화를 주고받는 상담이고, 주로 단회로 진행되며, 상담의 시작과 끝이 내담자에 의해 주도되며, 상담 중 내담자가 일방적으로 채팅방에서 나갈 수 있다. 

 • 게시판 상담 : 이 상담은 공개 상담이라고도 한다. 사이버상담실에 개설된 게시판에 내담자가 자기 문제를 올리면 그 게시판을 보는 많은 사람이 모두 답글을 달아 줄 수 있는 형식의 상담이다. 공개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의 다양한 해결책을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많은 사람의 관심과 공감을 받을 수 있고, 문제를 게시한 사람만 아니라, 같은 문제를 가진 사람도 게시판을 보면서 자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도 한다. 청소년 상담의 경우 또래의 비슷한 문제를 가진 청소년에게 도움이 되는 상담 유형이다.  

 • 이메일 상담 : 내담자가 자기 사연을 상세히 적어서 상담자에게 전달하면, 상담자는 내담자의 메일을 읽고 거기에 답장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상담이다. 공개 상담과는 달리 1:1 비밀상담의 형태로 이루어지며, 이메일 상담은 단기로도 장기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 상담이다. 

 • 데이터베이스 상담 : 사이버상담실의 주요 내담자의 문제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자료를 자료실에 저장해 놓고, 필요로 하는 내담자나 내담자 가족, 상담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정보상담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있는 자료는 필요로 하는 사람이 언제든 열람하는 방식도 있지만, 청소년에게 유익한 정보를 매일 또는 일주일에 몇 번씩 주기적으로 보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 영상상담 :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영상으로 얼굴을 보면서 상담자와 내담자가 상담하는 사이버대면 상담이라 할 수 있다. 사이버상담의 장점과 대면상담의 장점이 효과적으로 합치된 상담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