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자살
1. 자살의 정의

자살이란 '자발적으로 또는 의도적으로 자기 생명을 끊거나 끊으려고 시도하는 행동 혹은 그러한 경향'으로 정의할 수 있다. 또한 '유사 자살'이라 하여 지나친 흡연, 과도한 음주, 위험한 운동, 위험한 직업, 섭식 장애, 과도한 업무 등 분명 자발적으로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이긴 하지만 그 행동이 자기 목숨을 끊으려는 의도를 내포하지 않은 경우이며 자살의 하위 유형으로 분류하기도 한다(육성필, 2013).
자살 행동은 크게 자살 생각, 자살 시도, 자살 완료로 나뉜다.
자살 생각은 자살하는 것에 관한 생각이나 사고로 정의할 수 있으며, 죽기 위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행동, 사고, 정서를 의미한다(조현진, 1990). 자살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 일시적으로 갖는 '인생이 가치가 없다' 또는 '죽고 싶다'라는 보편적인 생각부터 정말 죽으려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까지 포함한다. 자살 생각은 자살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반드시 자살 행동이 수반되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기에 자살 생각을 한 사람은 미래에 자살할 확률이 11배나 증가한다고 했다. 이렇듯 자살 생각은 자살 시도와 자살 행동의 요인이 되기 때문에 청소년 자살 생각을 미래 자살 행동에 대한 중요한 지표로 간주하고 있다(박병금, 2007).
자살 시도는 자살하기 위해서 실제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살 시도는 자신을 해칠 수 있다고 믿는 자발적인 행위만을 언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자살 시도에 대한 정확한 통계율이 보고되지 않는다. 아마도 완료된 자살보다 훨씬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추정한다.
자살 완료는 자살 행동의 결과가 죽음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자살 행동을 하는 청소년 중에는 법과 규범을 위반하는 청소년이 많으며, 특히 소년원이나 교도소에 갇혀 있는 청소년이 일반 청소년보다 자살 행동의 위험이 극단적으로 크다(Memory, 1989).
2. 청소년 자살의 현황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증가해 왔으며 통계청(2020)에 의하면, 2019년 우리나라 청소년(15~19세) 사망자 610명 중 자살자는 255명으로 자살 비율이 41.8%에 이른다. 청소년의 사망원인 중 자살이 남녀 학생 모두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자살 생각이나 자살 시도 나이가 낮아지고 있다(통계청, 2013).
성별 차이를 살펴보면, 여자 청소년이 남자 청소년보다 약 2배 정도 더 많이 자살 시도를 하지만, 남자 청소년이 더 확실한 방법을 선택하기 때문에 실제 자살률이 남자 청소년이 3~4배 정도 더 높다(유제민 외, 2010).
3. 자살 위험의 평가
1) 우울과 무망감
청소년기에는 신체적 변화가 급격한 데 비해 정서적 · 심리적 발달은 미숙한 단계에 머무르기 때문에 청소년기 겪는 갈등은 매우 클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은 우울증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우울증은 의욕 상실, 주의 집중력 감소, 식욕감소, 체중 변화, 불면증과 같은 증상을 나타낸다.
청소년기에 나타날 수 있는 우울 증상은 심리치료를 필요로 하는 청소년은 물론이고, 일반 청소년도 보편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정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은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많은 학생이 우울 증상을 겪을 수 있을 거라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성적, 교육 분위기, 교육 관계, 가족 분위기, 가족의 기능, 부모-자녀 간의 의사소통, 학교생활 만족도 등도 우울의 선행요인이 되었다.
우울 외에 무망감 또한 자살 행동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증상이다. 무망감이란 개인적 실패에 대한 지각, 의기소침, 죄책감, 비참함과 불행을 자신이나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다는 부정적인 신념을 말한다. 자살을 시도하는 청소년은 스트레스 상황이 발생하면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보다 무망감이 증가한다. 또한 청소년은 열등감과 장래에 대한 무망감을 느낄 때 자살 충동을 가장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경진, 2003).
2) 이전의 자살 시도 경험
이전 자살 시도 경험이 있다면 자살 위험은 훨씬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살 위험성 평가를 위해 이전 자해 경험과 자살 시도에 사용된 수단을 평가해야 하며, 이전 행동의 동기와 반복성을 평가하는 것이 자살 위험 평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자해 경험을 평가할 때, 그 경험이 자살 시도였는지 자해와 더 가까운지 탐색할 필요가 있다. 그 동기에 따라서 청소년으로 하여금 더 생산적인 행동으로 이끄는 개입 지침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3) 낮은 자아존중감
자아존중감은 자기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것으로 13세에서 성인 초기까지 그 중요성이 점차 증가한다. 만일 이 시기에 자아존중감 형성에 문제가 생겨 왜곡된 자아상을 갖게 되면 부적응적이거나 자기 거부적인 행동을 보이며, 자살 행동에까지 이르게 된다.
자아존중감이 높은 청소년은 자신감, 용기, 성취동기가 높고 인생의 다양한 변화에 원만하게 대처해 나간다. 또한 자기가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에도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반면, 자아존중감이 낮은 청소년은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낮으며 대인관계가 좋지 않아 열등감이 심하고 자기 노력의 결과에 대해 부정적으로 기대하거나 미래의 자기 모습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위기 상황에 취약하게 된다. 따라서 낮은 자아존중감은 자살 시도의 강력한 예측인자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김은정, 2002; 이경진, 이숙, 2003).
4) 자살한 가족이나 친지가 있는가
자살한 사람과 개인 친분이나 직접적 관계가 있을 때 자살 선택이 더 쉬워지는 데, 이를 자살군 효과라고 한다. 특히 어린 아동일수록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는데, 이는 자살한 가족이나 친지의 경험이 모델링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5) 가정의 문제
청소년 자살 위험성에 영향을 미치는 가정의 특성은 경제적 · 구조적 · 기능적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경제적 측면으로 보면, 청소년은 가족의 소득이 낮을수록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김은정, 2002).
구조적 측면에서 보면, 청소년은 부모가 결혼 상태를 유지하고 함께 사는 경우 자살을 생각하는 정도가 낮았고, 사별, 별거, 이혼, 재혼 순으로 자살 생각의 정도가 높았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보면, 부모가 권위적이고 체벌 정도가 강할 때, 부모와 극단적인 긴장 혹은 갈등상태이고 가정 분위기가 폐쇄적이어서 부모-자녀 간에 정서적 분리가 일어날 때, 부모가 우울, 약물복용, 알코올 남용과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을 때 자살 위험이 크게 나타났다.
가정의 문제가 청소년 자살 생각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적 · 구조적 측면이 기능적 문제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경제적 · 구조적 측면의 문제로 스트레스가 발생할 경우 기능적으로 문제가 있는 가정에서 매우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이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한 청소년은 우울, 절망감, 문제나 문제를 유발한 환경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에 압도되며 자살이라는 극단적이고 부적절한 수단을 생각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이윤주, 2008).
6) 지지 체계의 부족
청소년이 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지지 체계 중 사회적 지지 체계는 청소년의 자아존중감과 관련지어 살펴볼 수 있는데, 사회적 지지를 적게 받을수록 자아존중감이 낮고 자아존중감이 낮을수록 사회적 지지를 적게 받는 것으로 인식되며, 이런 상태의 청소년일수록 자살 성향이 높을 수 있다.
7) 스트레스 요인
스트레스를 바라보는 관점은 스트레스를 자극으로 바라보는 관점,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보는 관점, 자극과 반응의 상호작용으로서 바라보는 관점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스트레스를 자극과 반응의 상호작용으로서 바라보는 관점은 스트레스 작용에 대한 인간의 심리적 과정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은 학력 위주 사회에서 사회적으로 많은 기대와 책임을 느끼며, 주위의 기대가 지나치게 높다고 생각할수록 실패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고, 이런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 또한 자살을 시도하는 청소년 대부분은 일상에서 더 심하게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예를 들어, 부모로부터 받는 야단과 질책, 학업 및 진로와 관련된 과도한 스트레스, 중요한 사람의 상실이나 갈등, 경제적 문제, 질병 등의 환경적 스트레스와 부모, 이성, 교사와의 관계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있다(박경애 외, 1993).
하지만 모든 청소년이 스트레스 하에서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적절한 대처 방법을 찾지 못했을 경우 현실도피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 개개인이 느끼는 '고통스러운 스트레스 요인'을 발견하고 다뤄 주는 것이 중요하다.
8) 개인적 특성
청소년의 성격특성도 자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충동성은 자살에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충동성이 큰 청소년은 공격적이며, 욕구좌절을 견뎌 내는 내성이 부족하고 심약하기 때문에 자살에 취약할 수 있다. 또 부정적 사건에 대해 청소년 자신이 그 문제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에도 문제해결 방식이 더 제한적이 되기 때문에 자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9) 그 밖의 요인들
청소년의 약물복용도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약물은 개인의 감정, 사고, 행동에 영향을 미쳐 억제력을 감소시키고 순간적이고 즉각적으로 자살 행동을 하게 만드는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환경적인 요인 또한 청소년 자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중 매체에서 자살에 관한 보도를 하거나 가상의 자살 내용을 전달하기만 해도 청소년과 같은 젊은 성인의 자살률이 7~10% 정도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또 약물이나 무기 같은 위험한 도구를 쉽게 살 수 있을 때 이러한 접근 용이성이 자살률을 극적으로 높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