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심리적 부적응의 내재화 문제_Ⅳ

4. 자아정체감 혼란

1) 특성

 에릭슨이 기술한 정체감은 아동기 동일시를 단순하게 합산한 것 이상의 개념으로, 모든 동일시를 리비도의 변화, 태도, 사회적 역할로 주어진 기회와 통합시키는 자아 능력의 경험이며, 내적 동일성과 과거에 준비했던 연속성이 조화를 이루는 데서 생기는 확신이다. 

 한상철(2008)은 자아 정체감의 의미를 네 가지로 정의했다.

첫째, 자아 정체감은 '~로써의 나' 간의 통합

둘째, 자아 정체감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미래의 나와의 연속성 또는 일관성

셋째, 자아 정체감은 자신을 볼 때의 나를 뜻하는 주체적 자아(I)와 타인이 보는 것에 지각하는 나를 뜻하는 객체적 자아(me) 간의 조화감

넷째, 자아 정체감은 절대적 자아, 자기 선택과 책임을 수반하는 '나는 나'라는 실존적 자아의 상태이다.

 에릭슨이 주장하는 개념적 틀에서, 청소년기는 정체감이 부각되는 시기인데, 신체 발달, 복합적인 인지 기술, 사회적 기대로 인하여 처음으로 청소년이 아동기의 동일시를 분류 통합하여 성인기로 나아가게 하는 경로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패터슨(Patterson), Sochting과 마르시아(Marcia,1992)에 의하면 정체감은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한다.

첫째, 정체감은 개별성 또는 고유한 총체성을 경험하는 것이다. 내 행동과 결정은 제멋대로인 것이 아니라 타인과 구별되는 자기 가치, 원칙, 기대에 의해 정해진다. 

둘째, 자신이 동일하다는 인식은 연속적이다.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와 일관되게 연속되어 있다.

셋째, 정체감은 중요한 타인으로 이루어진 사회 내에서 경험된다. 즉, 정체감은 사회 속의 관계와 역할에 의해 정립된다.

 에릭슨의 이론에 기초하여 마르시아는 정체감을 반영적 자기구조로 정의하면서, 정체감 과정의 두 측면에 따라 4개의 뚜렷한 지위로 구분했다. 마르시아는 정체감 구조가 정적이 아니라 역동적이라고 주장하며, 정체감 구조를 위기 또는 탐색의 개념과 관여의 개념인 두 가지를 기준으로 정체감 성취, 유예, 유실, 혼미로 구분했다. 

정체감 성취를 이룬 청소년은 대안을 탐색하고 목적에 자신을 헌신하는 데 비해 정체감 혼미는 인생 방향에 대한 탐색이 없고 이런 문제에 관심도 없는 상태이며, 정체감 혼미에 있는 청소년은 심리적 · 사회적 문제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2) 영향 요인과 개입

 정체감은 정지된 상태이기보다는 통합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이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지 못하고 혼란을 경험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첫째, 부모가 자녀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지 않고 강압적일 때 자녀는 자아 정체감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반면, 부모가 애착에 기반을 둔 정서적 안정감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개별화를 지원할 때, 청소년은 자유로운 탐색을 하고 자아 정체감을 성취하게 된다. 

 둘째, 또래와의 상호작용은 청소년의 자아 정체감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셋째, 학교와 지역사회는 청소년의 자아 정체감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은 안전한 환경의 학급에서 도전적 과제를

숙달하고, 자신을 지원해 주는 교사와의 상호작용을 경험할 때, 자아 정체감을 발달시킨다.

 넷째, 지역사회나 청소년 문화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청소년은 다양한 매체에 노출되어 있고, 가치관을 형성하기 이전에 유해한 매체에 지속해서 노출되고 특유의 문화를 형성하는 것은 낮은 정체감 지위를 발달시킬 위험이 있다. 

  낮은 자아 정체감은 청소년 비행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청소년기에 미래 목표나 가치관을 형성하지 못하면 청소년은 쉽게 비행 행위를 시도할 수 있다.

  긍정적 자아 정체감은 청소년의 원만한 적응에 필수적이다. 긍정적 자아 정체감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여섯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한상철 외, 2012).

 첫째, 어른은 일관성 있는 요구와 한계를 설정해야 한다.

 둘째, 자녀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부모는 지나친 통제나 애정을 지양하고 자녀의 자기 주도성을 육성하고 자기 행동에 자부심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

 셋째, 부모는 완벽주의와 비판적인 성향을 버려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자아 정체감을 낮추므로 부모의 이런 성향을 자녀가 내재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넷째, 가정 내의 민주적인 양육 방식과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부부간, 부모–자녀 간에 긍정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의견화합이 이루어질 때, 자녀는 긍정적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게 된다.

 다섯째, 학교, 또래 관계로 청소년이 독창성을 발견하고 발달시키도록 교육하고 또래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소속감이나 동일시를 형성하게 해야 한다. 

 여섯째, 다양한 체험과 경험 활동이 중요하다. 청소년이 문화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대인관계의 폭과 깊이를 더해 주며 자아 정체감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