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청소년 문제행동 이론
2. 청소년 문제행동 관련 이론
3) 사회구조적 이론
사회구조의 문제에 의해 문제행동이 나타난다는 사회구조적 이론은 뒤르켐(Durkheim, 1950)이 주장한 아노미 이론으로 대표된다. 아노미란 사회가 산업화하면서 구성원 간의 사회적 결속이 약화되고, 사회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며, 사회의 규칙이 붕괴하는 무규범 상태가 되는 것을 말한다. 아노미 상태에서는 사회 규칙 및 행동규범이 약화되거나 부재하기 때문에 개인은 행동의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이 없게 되며, 사회적 혼란이 야기된다.
머턴(Merton, 1957)은 아노미 이론을 체계화시켰다. 사회구조적 맥락에서 청소년의 문제행동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즉, 사회가 추구하는 목표와 그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수단과의 괴리에서 나타난 것으로 보았다.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지만, 학력, 사회경제적 지위 등에 의해 사회구조적 장벽에 부딪히고 그 결과 무능감을 경험, 문제행동이 유발된다는 것이다.
가령, 우리나라 청소년은 대부분 좋은 성적이 일류 대학을 진학하게 하고, 일류 대학을 진학하면 사회적으로 성공한다는 문화적인 목표를 내면화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누구나 좋은 성적과 좋은 대학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성적이 좋지 못한 청소년은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구조적으로 이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들은 좌절을 경험하고 불만이 증가하며, 문제행동을 일으키게 된다.
결과적으로 사회구조적으로 빈곤과 같은 사회적 장벽에 부딪히는 계층의 문제행동을 설명하는 데는 유용하나 상류계층의 문제행동, 개인 특성에 의한 문제행동 등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머턴은 사회적 규범이나 제도에 적응해 가는 방식을 체제 순응(동조)형, 혁신형, 의례형, 도피형, 반역(반발)형으로 다섯 가지로 구분, 혁신형이 문제행동 유발의 가장 대표적인 경우라고 한다.
(1) 체제 순응(동조)형
체제 순응형이란 그 사회나 문화가 요구하는 목표, 제도화된 수단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순응하는 것을 말한다. 체제 순응형 청소년은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규칙을 엄수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목표를 달성한다. 가장 이상적인 적응 방식이다.
(2) 혁신형
혁신형이란 그 사회나 문화가 요구하는 목표는 수용하지만, 제도화된 수단은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혁신형 청소년은 높은 성적이나 성공과 같은 사회적 목표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을 달성하기까지 정상적인 방법보다 합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목표 달성을 하고자 한다. 따라서 대부분 절도, 매춘, 강도 등 범죄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다섯 가지 유형 중 혁신형이 위기청소년의 문제행동을 가장 잘 설명한다고 볼 수 있다.
(3) 의례형
의례형은 사회문화적 목표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달성할 수 없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제도화된 수단만을 수용하는 것을 말한다. 의례형 청소년은 자기 삶에 대한 목표도 없고, 만족도 떨어지지만, 규범은 잘 지킨다. 의례형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현실에 안주하는 하위직 공무원이며, 청소년의 경우 뚜렷한 문제행동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중하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청소년이 여기에 포함된다.
(4) 도피형
도피형은 사회문화적 목표, 제도화된 수단을 모두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도피형 청소년은 사회로부터 회피하여 목표 의식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고, 일탈행동과 합법적이지 않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조차 시도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로는 만성적인 마약중독자와 알코올 중독자를 들 수 있으며, 청소년의 경우 무기력한 학업 중단 청소년이 포함된다.
(5) 반역(반발)형
반역형은 도피형과 마찬가지로 사회문화적 목표, 제도화된 수단을 모두 거부하지만, 회피하는 대신 새로운 사회문화적 목표, 제도화된 수단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사회운동가나 히피가 대표적인 예이다.
표2-2 사회적 규범이나 제도에 적응해 가는 방식
적응 유형 | 목표 | 수단 | 특징 |
체제 순응(동조)형 | + | + | 순응하며, 문제행동을 하지 않음 |
혁신형 | + | − | 비행, 범죄 등을 많이 함 |
의례형 | − | + | 뚜렷한 문제행동은 없으나 목표와 의욕은 없음 |
도피형 | − | − | 마약중독자, 알코올 중독자가 대표적임 |
반역(반발)형 | ± | ± | 사회운동가나 히피가 대표적임 |
4) 사회통제이론
(1) 사회유대 이론
허시(Hirschi, 1969)가 주창한 사회유대 이론은 청소년의 문제행동을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 허시는 개인과 사회 간의 유대가 약하면 문제행동이 나타난다고 하였다. 즉, 모든 청소년은 문제행동을 일으킬 수 있는 존재이며, 문제행동을 일으켰을 때 부모나 교사 등에게 처벌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문제행동을 자제하게 된다. 반면, 사회적 비난이나 처벌이 약할 때 자기 행동이 잘못이라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문제행동을 하게 된다. 허시는 사회 유대에 있어 네 가지 요인 애착, 전념(관여), 참여, 신념을 제시하면서, 이 요인들이 약할수록 문제행동은 증가하게 된다고 했다.
① 애착
애착은 자기에게 중요한 사람과의 유대관계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 크게 부모, 학교(교사) 그리고 친구에 대한 애착 등 세 가지로 구분, 그중 부모와의 애착이 가장 중요하다. 애착이 강할수록 문제행동 가능성이 작고, 애착이 약할수록 문제행동 가능성 크다. 친구도 마찬가지다. 친구와 애착이 강한 청소년은 문제행동 가능성이 작다.
② 전념
학업이나 원하는 직업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전념(관여)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공부를 잘하기 위해 전념을 다 하는 청소년은 문제행동을 덜 일으킨다.
③ 참여
사회적으로 의미나 가치 있는 관습적 활동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참여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숙제, 공부, 운동, 취미, 장래 목표와 관련된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문제행동을 할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자연스레 문제행동 가능성이 작아진다.
④ 신념
신념은 사회의 가치 및 규범체계를 수용하고 인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법이나 규범을 잘 지키는 사람일수록 문제행동 가능성 작으며, 법이나 규범을 잘 수용하지 않으면 이를 어기는 문제행동을 더 많이 하게 된다.
(2) 중화 이론
사이크스와 마차(Sykes & Matza, 1957)를 중심으로 주창된 중화 이론(중화 기술 이론)은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청소년이 기존의 규범, 가치를 완전히 수용하는 것도 거부하는 것도 아닌 표류상태에 있다고 했다. 청소년은 기존의 규범, 가치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규범에 있는 잠재적 숨은 가치를 수용하고, 중화 기술을 사용하여 자기 문제행동을 합리화 · 정당화한다. 즉, 문제행동을 보이는 청소년은 그 문제행동이 나쁜 행동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다는 것이다. 가령, '어른들도 나쁜 행동 많이 하잖아.'라며 자기 행동을 합리화 · 정당화하면서 나쁜 행동, 문제행동을 중화시키는 것이다. 이때 사용하는 중화 기술은 책임의 부인, 가해의 부인, 피해자의 부인, 비난자 비난, 충성심 요구 등이다.
① 책임의 부인
문제행동을 하는 것은 내 책임이 아니며 자신도 어쩔 수 없었다는 형태로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그 예로, "술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라며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는 것이다.
② 가해의 부인
문제행동으로 인해 손해나 피해를 볼 사람이 없다는 것으로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을 말한다. 그 예로, "저 애는 부자여서 내가 돈 뜯어도 문제 되지 않아."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부인하는 것을 들 수 있다.
③ 피해자의 부인
문제행동의 피해자는 피해를 당할 만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정당화하는 것을 말한다. 그 예로, 성폭력 가해 청소년이 피해자를 보면서 피해 여성이 짧은 치마를 입고 먼저 유혹했다고 하거나, 학교폭력 가해 청소년이 괴롭히는 행동을 해도 피해 청소년이 반발하지 않아 좋아하는 줄 알았다고 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④ 비난자 비난
문제행동을 하는 청소년을 비난하는 부모, 교사 등이 더 안 좋은 행동을 많이 한다고 하면서 자기 행동을 정당화한다. 그 예로, "엄마도 술 마시잖아요." 또는 "선생님도 때리잖아요."라고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⑤ 충성심 요구
문제행동을 하는 것은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소속된 집단에 대한 의리나 충성심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정당화한다. 그 예로, "친구와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예요."라고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5) 사회학습이론
(1) 하위문화이론
코헨(1995)은 인간이라면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나 집단으로부터의 안정감을 중요시하고 집단의 규칙을 지킴으로써 지위를 성취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런데 지위를 얻기 위한 기준은 중산층을 기준으로 정해졌기 때문에 하위계층에 있는 사람은 달성하기 어렵고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좌절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기들의 하위문화를 형성하게 되는데, 코헨은 이러한 문화가 건강하지 못하다고 했다. 즉, 부정적 · 쾌락주의적 · 악의적 특징의 문화를 형성하기 때문에 청소년의 문제행동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하위문화이론은 청소년 문제행동의 집단화 경향에 대해 잘 설명해 주는 이론이지만, 중산층에서도 문제행동이 발생하는 것을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2) 하위계층문화이론
밀러(Miller, 1959)는 청소년 갱 문제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하위계층의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 하위계층은 자기만의 특정 가치, 규범 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특정 가치가 지속되어 하층 문화가 형성되고, 이러한 하층 문화는 그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나 규범과 다르기 때문에 하층 문화를 따르는 것은 위법 행동일 수 있다고 했다.
문제행동을 하는 청소년 역시 하위계층이 정한 특정 가치에 따라 행동하는데, 이때 하위 문화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인을 여섯 가지로 규정했다.
• 말썽거리, 근심(trouble): 폭행, 음주 등 법을 위반하는 문제행동을 하는 것으로, 이를 영웅적이고 긍정적인 것으로 생각함
• 강인성(toughness): 남자다움이나 육체적 힘을 과시함으로써 두려움을 모른다는 것을 강조함
• 재치(영리함, smartness): 실제적인 지식을 잘 알고 있어 타인을 잘 속이거나 기만하는 특징이 있으며, 도박, 사기 등이 대표적임
• 흥분(excitement) 추구: 스릴, 모험을 추구함으로써 권태로움을 모면하고자 함
• 운명 주의(fatalism): 모든 것이 자기 의지보다는 운명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함, 잘못된 일을 운 탓으로 돌리며 정당화함
• 자율(autonomy): 경찰, 교사 등 권위자나 권위자의 통제로부터 벗어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간섭을 안 받고자 함
(3) 차별접촉 이론
서덜랜드(Sutherland, 1939)의 차별접촉 이론은 청소년이 보이는 문제행동은 유전이 아니라 학습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청소년(인간)의 행동은 타인과의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을 통해 자연스레 학습되는데, 타인이 법이나 규칙에 대해 어떤 정의, 모방, 강화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
정의란 특정 행동에 대해 옳고 그름, 좋고 나쁨 등을 정의하는 방향이나 태도를 말하고, 모방은 타인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는 것을 말하며, 강화는 행동 후에 주는 보상 또는 벌을 말한다. 청소년에게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타인은 부모나 또래다.
차별접촉 이론은 문제행동이 없는 환경에서 발생하는 문제행동, 같은 환경에서 어떤 청소년은 문제행동을 일으키고 어떤 청소년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 등에 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청소년 문제행동을 설명하는 주요 이론으로 간주하는 일곱 가지 가설은 다음과 같다.
• 문제행동은 학습된다.
• 문제행동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이나 모방 과정을 통해 학습된다.
• 문제행동은 친밀한 집단 내에서 일어난다.
• 문제행동의 학습은 문제행동 기술, 동기, 욕구, 합리화, 태도 등도 포함한다.
• 문제행동의 동기와 충동은 법이나 규범 등에 대한 타인(환경)의 태도에 의해 결정된다.
• 문제행동에 대한 접촉 빈도, 지속 기간, 주변의 문제행동 강도에 따라 개인의 문제행동 위험 정도가 결정된다.
• 문제행동은 단순 모방이 아니라 동기, 가치관 등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학습된다.
6) 비행 과정이론: 낙인이론
낙인(labeling)이란 대부분의 사람이 지지하는 사회적 범주를 지키지 않거나, 지키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개인에게 보이는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편견을 의미한다(Cooley, 1902). 낙인에 관심을 가진 베커(Becker, 1963)는 문제 청소년이 왜 타인에게 문제 청소년으로 보이는가에 관심을 가졌다. 즉, 청소년이 문제 청소년이 되는 것은 문제행동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행동을 문제행동으로 명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청소년이 우연한 기회에 문제행동을 했을 때, 사람들이 문제 청소년으로 낙인찍었기 때문에 청소년 자신도 문제 청소년으로 인식하고 제2, 제3의 문제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낙인이론은 최초의 범죄(일차적 범죄)에 관해 설명이 부족하고, 사회적 피드백 없이도 스스로 범죄자가 되는 경우 등을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 다른 낙인이론의 대표 학자인 레머트(LEMAERT, 1951)는 문제행동을 일차적 문제행동과 이차적 문제행동으로 구분했다. 일차적 문제행동은 초기에 개인, 문화, 사회 요인 등에 의해 하는 문제행동을 말하며, 이차적 문제행동은 일차적 문제행동의 사회적 낙인에 의해 나타나는 문제행동이다. 따라서 문제행동은 엄격한 부모, 처벌적 교사 등 사회적 제재를 많이 가하는 집단에 속한 청소년일수록 강한 낙인으로 인해 문제행동을 반복적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
일차적 문제행동으로부터 낙인으로 인해 문제행동이 악화하는 일련의 과정을 8단계로 정리해 보면,
• 1단계−최초 일차적 문제행동
• 2단계−사회적 제재: 일차적 문제행동에 대해 사회적 제재가 가해짐
• 3단계−일차적 문제행동 반복: 사회적 제재에도 불구하고 일차적 문제행동을 반복하게 됨
• 4단계−강력한 사회적 제재와 반발: 초기보다 더 강력한 사회적 제재가 발생, 이에 대한 청소년의 심리적 거부, 반발 또한 심해짐
• 5단계−제재를 가하는 사람에 대한 분노와 분노에서 비롯된 문제행동: 강력해진 사회적 제재에 대한 분노, 이를 가한 사람에 대한
분노 등이 결합하여 더 큰 문제행동을 반복하게 됨
• 6단계−사회적 낙인: 사회가 용인하는 인내의 한계를 넘어섬으로써 문제행동을 상습적으로 하는 문제 청소년으로 낙인이 찍힘
• 7단계−낙인과 사회적 제재에 대한 반발로 인해 문제행동의 심화: 낙인과 사회의 제재에 대한 반발로 비행이 점차 악화하며 지속됨
• 8단계−사회적 낙인에 부합된 행동을 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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